['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는 첫 향기에 반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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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팀기자
  • 2014-09-22 07: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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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첫 만남인 만큼 제가 연구하는 향기와 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만 냄새를 맡지 못하여 병원을 찾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후각기관을 통해 향기를 느끼는 것은 향기 속의 화학물질을 콧속의 상피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가 알아보기 때문입니다. 후각수용체를 최초로 발견한 콜럼비아대학의 리처드 엑셀 교수와 프레드허치킨스연구소의 린다 벅 교수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후각기능은 과학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삶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많은 문학이야기 속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뇌의 후각신경과 연결된 
편도체의 작용으로 
향기는 기억에도 관여… 

나의 고유한 체취는 
다른 사람의 코를 
즐겁게 하는 향기일까? 

여러분은 식당이나 찻집 혹은 상점에서 문득 설명할 수 없는 행복한 감정에휩싸여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특정 향기에 의한 후각적 자극을 통해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프루스트 현상’ 혹은‘프루스트 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유명한 소설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먹다가 그 향에 이끌려 어릴 적에 살았던 마을을 회상합니다. 이처럼 오래전 뇌에 입력되어 있던 향기와 연계된 기억이 다른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가 그때의 향을 다시 맡게되면 뇌가 그 향기와 연계되었던 다른 기억을 모두 꺼내놓아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온전히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제 뇌의 후각신경과 연결된 편도체의 작용으로 향기는 파페즈 회로를 돌면서 기억에도 관여합니다. 시각과 연계된 기억과 달리 후각에 연계된 기억이 감정의 기억을 동반하는 것도 바로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연계된 후각신경계의 특징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마다 고유의 체취가 있습니다. 실제 일란성 쌍둥이(유전자가 같은 쌍둥이)의 경우, 운동을 하고 난 셔츠를 벗어놓으면 개들이 두 사람의 셔츠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고유한 체취가 유전적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겨울연가’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지키고자 시력을 포기하고 시각장애자가 되어 섬에서 그리운 자신의 첫사랑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섬을 찾은 연인의 체취로 첫사랑을 알아봅니다. 

유전자에 각인된 연인의 고유한 체취를 기억했기 때문에 시력을 잃은 후에도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함께있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의 체취에 내가 취해있기 때문이겠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에 보이는 외모는 조금씩 아름다움을 잃어갑니다. 그러나 잘 숙성된 차가 그 향이 더 깊고 좋은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고유한 체취를 잘 숙성시켜, 다른 이의 눈이 아니라 코를 즐겁게 하는 멋진 노인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출처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40922.010160752010001


Posted by SEAN, :
Touch the heart with story

Part 1 향기에는 스토리가 있다 | 2012년 10월호 전체기사

향기는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예민하고 기억이 오래 남는 감각이다. 진화과정을 거쳐 후각이 다른 동물에 비해 퇴화된 인간에게도 향기는 본능을 자극받고 이를 통해 행동에 제약을 받거나 충동을 느끼는 것은 여전한 것이다. 향기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 희로애락을 자극하고 삶에 지극한 영향력을 미치는 도구로서 손색이 없다.



향기는 고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행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많은 사건을 생산하고 때로는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사람이 맡을 수 있는 냄새의 종류는 무려 4천 여 가지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후각의 또 다른 특징은 청각과 함께 소위 상태의존적 기억(state dependent memory)과 연관이 크다는 점이다. 어떤 냄새나 음악을 맡거나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전에 그것을 경험했던 상황이 연상되는 게 바로 상태의존적 기억이다. 

고대 제왕들의 후궁이나 첩들은 향기를 이용해 ‘귀하신 몸’을 침실로 이끌었고, 잉태를 통해 신분상승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사향고양이나 사향노루 같은 짐승들의 몸에서 채취한 미혼향은 제왕들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발길은 후각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중국 당나라 현종은 ‘개원의 치’라는 태평성대를 만든 현군이었는데, 돌연 양귀비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약하고 원초적인 본능 해소에만 힘을 쏟는 혼군으로 전락하고 만다. 기록에 의하면 양귀비는 사실 미인이 아니라 뚱뚱하고 비대한 여인이라는데, 양귀비에 홀린 현종은 양귀비의 미모가 아니라 양귀비의 체취에 홀린 것이라는 설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그리스나 로마의 귀족들도 비싼 기름을 발라 몸에서 향을 풍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다. 이들이 바른 것은 값비싼 유향이었고 이는 아기 예수의 탄생 당시 동방 박사들이 가져온 선물 목록에도 등장한다. 사전적으로는 직접 비강으로 맡은 향기를 영어로는 odor라 하는데, 구강에서 느끼는 향기를 총칭하여 flavor라 하여 구별되고, flavor중에는 향기와 맛의 양쪽 자극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향기의 동의어로 쓰이는 아로마(Aroma)는 ‘향기’ 또는 ‘방향(芳香)’을 뜻한다. 실은 식물의 향이 아로마의 비밀이다. 약용이나 향료로 사용하는 허브(herb)가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식물을 가리킨다면, 아로마는 허브를 채취하여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가공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곧, 아로마는 특별한 효능이 있는 식물의 꽃이나 잎, 줄기, 열매, 뿌리 등에서 추출한 정유(精油, 에센셜 오일)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다. 아로마를 이용한 향기치료 또는 향기요법을 아로마테라피(aroma therapy)라고 하는데, 고대로부터 전해온 자연요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늘날에는 대체의학으로 부각되어 여성의 미용을 위한 화장품이나 방향제, 식품,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한때 지식인의 필독서처럼 여겨진 베스트셀러, 패트릭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향기에 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85년 취리히에서 초판되었으며,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1985년 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39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2000년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1,200만 부가 팔렸다. 주인공 그르누이는 18세기 파리의 음습하고 악취나는 생선 좌판대 밑에서 매독에 걸린 젊은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그는 악착 같은 생명력으로 살아남고, 그의 어머니는 영아 살인죄로 교수형에 처해진다. 그르누이는 아무런 냄새가 없으면서도 이 세상 온갖 냄새에 비상한 반응을 보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미세한 향기에 이끌려 그 황홀한 향기의 진원인 한 처녀를 찾아내어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는 그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그 후 그는 파리의 향수 제조자인 발디니의 도제로 들어가 매혹적인 향수를 끊임없이 개발해 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도착에 가깝게 향기에 집착하던 그르누이는 지상 최고의 향수, 즉 사람들의 사랑을 불러일으켜 그들을 지배할 수 있는 향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인간이 후각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본능이 시키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후각은 퇴화되었다는 생물학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퇴화되지 않고 인간의 기억 중 가장 근접한 곳에서 끊임없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후각의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한 분야가 현대 상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향기 마케팅이다. 향기 마케팅의 핵심은 매장이나 제품에서 고객들의 좋은 기억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냄새가 나도록 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는 향긋한 냄새가 대표적이다. 주로 1층에 화장품과 향수 매장이 몰려 있어 자연스럽게 나는 냄새는 고급스럽고 깔끔한 분위기, 즐거웠던 쇼핑의 기억 등 긍정적 생각과 기분을 떠올리게 만든다. 고객들이 오랜 시간 매장 내에 머물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로 매장 관리자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향기 마케팅 적용 분야는 분야와 업종,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남성의류 가게의 머스크향, 여성 속옷 매장의 짙은 향수 냄새, 유아용품점의 파우더향, 원목가구 매장의 소나무향, 커피 전문점의 그윽한 커피향, 치킨 전문점의 치킨굽는 냄새, 빵집의 신선한 빵 굽는 냄새 등이 모두 고객의 주머니를 노린 것들이다. 초콜릿향과 페퍼민트향을 매장에 뿌렸더니 매출이 40% 가량 늘었다고 주장하는 배스킨라빈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향기 마케팅의 발달로 별의별 제품이 다 등장하는 시절이다. 향기나는 골프공에 향기나는 카드, 향기나는 전단에 더해 삼성전자는 향기나는 스마트폰을 개발,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다고 한다. 향기나는 3D TV도 개발 중이라는데 수영 경기가 방영되면 소독약 냄새를, 골프 경기가 중계되면 잔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그야말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꿈의 제품들이다. 시각과 청각적인 3D 구현에만 머물러 있기에 인간의 욕망과 욕구가 너무 큰 것이 죄라면 죄다. 하지만 기왕이면 향기를 상술에만 쓸 것이 아니라 공익적이고 긍정적인 분야도 적용할 것을 조심스럽게 주문해 본다. 공격적인 아이들의 충동을 어루만져주는 긴장완화 교실, 음습하고 피해심리에 사로잡혀 있는 죄수들의 공간에 평온을 가져다주는 교도소 전용의 교화용 독방, 긴장감에 초조한 운동선수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아로마 대기실 등에 자연이 선물한 각종 향을 인간의 기술로 응용한다면 향기는 비로소 의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종진 기자

출처 http://www.ceopartners.co.kr/article/article_view.php?big=SPECIAL%20FOCUS&middle=SPECIAL%20FOCUS&news_num=7541







Stimulate the five senses

Part 2 향기 마케팅의 사례 | 2012년 10월호 전체기사

향기 마케팅은 업종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식품업계와 세제, 식음료 등 전통적으로 향기 마케팅을 활용해 재미를 보고 있는 분야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가전업계와 자동차업계도 향기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청각과 후각을 자극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를 활용한 던킨도너츠의 'Flavor radio'라는 독창적인 프로모션을 들 수 있다. 시내버스에서 던킨도너츠 라디오 광고가 흘러나오면, 이 버스에 설치된 방향제에서 던킨도너츠의 독특한 커피 향기가 나오도록 한 것인데, 이 프로모션이 실시된 이후 그 기간 동안 매장 방문객 수가 16%, 판매는 29% 증가했다. 가전업계에서도 향기 마케팅은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데 LG전자 휘센 4D 입체 에어컨은 설악산의 가장 쾌적한 곳의 바람과 구상나무에서 채취한 특유의 자연향을 담아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촉각과 후각을 자극하도록 했다. 특히 인공적인 바람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설악산의 자연향기와 숲속 바람을 통해 피로회복과 스트레스까지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향기 마케팅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는 식품과 음료업종이다. 네스카페는 병을 디자인할 때, 소비자가 병뚜껑을 여는 순간 최대한 많은 커피 향기를 방출하도록 디자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백화점의 네스프레소 커피 매장에서도 독특한 커피향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최고급 캡슐커피와 캡슐커피 머신을 판매하는 '네스프레소'에서 나오는 향인데, 고객의 발길이 뜸한 오후 2시경에도 무료 시음 커피를 마시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커피처럼 미묘한 맛과 향의 차이로 선호도가 크게 좌우되는 경우일수록 제품 선택에 앞서 고객의 후각과 미각이 중요하게 작용해 관련업계의 향기 마케팅 열기는 식을 기미가 없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맛있는 냄새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가 하면 옷에 냄새 배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들을 위해 냄새를 최소화 하는 등의 이원화 된 후각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후각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아이템은 치킨전문점이다. 매장 입구에 조리시설을 설치해 치킨 튀기는 냄새가 외부로 향하게 해 소비자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반면 냄새를 최소화 해 고객을 끌어당기는 정반대 개념의 후각마케팅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이다. 고기 전문점의 경우 수납기능이 추가된 의자를 사용하거나 대형 비닐팩을 제공해 옷, 가방 등을 넣어두도록 함으로써 냄새가 배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한 조개찜 전문 브랜드는 가스불 대신 인덕션 렌지를 사용해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도 압력밥솥의 원리로 찜요리를 해 조개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설의 고급화를 통해 냄새가 많이 나고 먹기 불편한 조개구이의 불편함을 해소해 고객들의 쾌적함을 돕고 있다. 조리시간이 길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아 점심식사로도 인기가 좋으며, 특히 여성고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향기 마케팅은 고객의 구매의욕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소홀히 할 수 없는 방식이다.  한 실험에서는 똑같은 나이키 운동화를 동일한 크기의 방에 각각 준비한 후, 그 중 한 방에만 약한 꽃향기를 주입했을 때, 실험 참가자들 중 84%가 꽃향기가 나는 방에서 살펴본 나이키 운동화를 더 선호했으며, 대략 10달러쯤 더 비쌀 것이라고 평가한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다. 유통업계의 경우 향기 마케팅의 성공여부는 당장 매출액의 상승과 하락에 직결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백화점과 할인점의 각 매장에서는 독특한 향기 마케팅으로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샤넬 향수 전문 매장을 열면서 후각에 예민한 젊은 층 잡기에 나섰다. 향수만을 위해 설치된 특별한 매장에서 향을 효과적으로 맡을 수 있는 ‘후각 바(olfactive bar)’를 설치해 향기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구매의욕에 불을 당긴 것이다. 롯데마트는 올리고당 매장 근처에 향기나는 와블러를 설치해 톡톡한 재미를 본 경우다. 지난 해 대상 청정원에서 국내 최초로 과일로 만든 올리고당을 출시하면서 매장에서 올리고당 냄새를 분사하는 전략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사과 올리고당에 함유된 이소말토 올리고당은 설탕을 원료로 한 프락토 올리고당에 비해 열에 강해 고온에서도 손실이 거의 없고 장(腸)까지 살아서 가는 비중도 높아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같은 우수함이 있어도 고객들에게 알리지 못한다면 제품 개발의 효과가 떨어진다. 매장에 설치된 와블러 덕분에 백 마디의 설명보다 단 한번의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신용카드나 골프공, 액정필름, 담배 등 특정 제품에 향기를 입혀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경우도 독특한 사례다. 비씨카드가 출시한 ‘나만의 향기카드’가 대표적이다. 이 카드는 고객이 자신이 좋아하는 향수를 선택해 '향기 아이콘'에 뿌리면 향기가 2주 이상 지속된다. 드라이기로 향기 아이콘을 가열하면 향이 사라지므로 기분에 따라 바꿔가며 쓸 수 있다. 골퍼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향기 골프공도 등장했다. 던롭코리아는 골프공에 오렌지향이나 장미향을 더한 '젝시오 아로마 볼'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인기를 모았다. 골퍼들이 경기 중에 불안과 긴장을 느끼는 것을 풀어주기 위해 골프공에 향기를 입힌 발상이 가히 독창적이다. 제누스는 핸드폰에 사용하는 액정보호 필름에 싱그러운 허브향을 더했다. 로즈마리, 자스민, 레몬, 페퍼민트, 라벤더 등 5가지 마이크로 향기 캡슐을 넣은 액정보호 필름을 핸드폰에 붙이면 6개월 동안 허브향을 느낄 수 있다.

불쾌감을 주는 담배 냄새를 향기로 바꿔 호응을 얻은 사례도 있다. KT&G는 포장을 문지르면 상쾌한 모히또향(박하 향)이 나는 '보헴시가 모히또 스노우팩'을 출시 판매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담배 포장에 마이크로 향기 캡슐을 코팅해 필름에 인쇄된 눈꽃을 문지르면 캡슐이 터지면서 모히또향이 손에 묻어나는 것이 애연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출시 후 약 6개월여 동안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향기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자동차 업계에도 향기 마케팅은 예외가 아니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 국내 최초로 적용된 퍼퓸 디퓨저는 차 내부에 향기를 은은하게 퍼지게 해 쾌적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웰빙 옵션 사양. 뉴 SM5가 출시된 이래 장착율이 70%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VIP 고객의 입맛에 맞도록 르노삼성은 프랑스의 최고급 향수 제조업체로부터 원액을 공급받아 목표고객 사전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뒤 6종의 퍼퓸 원액을 선정했다. 향기 나는 백화점 전단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여름 정기세일 직전 백화점의 MVG(Most Valuable Guest) 고객을 대상으로 3D 기술을 적용한 입체 화보 형태의 DM을 제작해 발송했다. DM의 화장품 안내 페이지에는 향수를 직접 분사해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적 즐거움까지 더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글 이종진 기자

출처 http://www.ceopartners.co.kr/article/article_view.php?news_num=7542





Make your own fragrance

Part 3 사람마다 다른 맞춤형 향기 | 2012년 10월호 전체기사

향기는 애초에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믿음이었다. 이미 존재하는 향을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것만이 인간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에게 맞는 향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레디메이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의 상담을 받아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향수의 시초는 2007년 영화 ‘향수’의 배경이었던 프랑스 남동부 지역인 그라스에서 시작된다. 현재 향수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하나의 상품이자 예술품인 이것은 18세기 궁정에 향수를 공급했던 그라스의 퍼퓨머리 ‘갈리마르’의 코끝에서 시작된 것이다. 갈리마르는 향수의 고장인 프랑스에서 대중을 위한 맞춤향수를 탄생시켰으며 프랑스는 현재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향수 회사 갈리마르 퍼퓸을 이어오고 있다. 2009년 12월, 이 갈리마르 퍼퓸이 국내 라이센스를 취득하게 되고 갈리마드 퍼퓸 코리아가 탄생했다. 

갈리마드 퍼퓸 코리아는 갈리마르의 한국식 발음을 딴 아카데미로, 정미순 대표원장은 조향사 타이틀을 달고 국내 최초의 향수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활발하게 향수제작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갈리마드 퍼퓸 아카데미의 안수진 실장에게 CEO들에게 어울리는 향수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는 자세한 과정을 들어본다.

Q 개인별 맞춤 향수는 어떻게 만드는가?
상담을 통해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색, 어울리는 색, 좋아하는 향기, 현재 사용하는 향수 등 고객이 만들고자 하는 타겟 향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이 과정입니다. 상담이 끝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우선 베이스 노트, 미들 노트, 톱 노트 순으로 향을 고른 후, 비율을 맞추어 선택된 모든 향을 다 섞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무리 좋은 향들도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이상한 향취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어울리는 향끼리 타입별로 섞어야 하는 것이죠. 

모든 향을 다 섞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고 시향을 거치고 거쳐 고객이 100% 만족하는 향이 나올 때까지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변조제의 향료를 넣어서 향기를 보완해주며 스타일과 자연스러움, 확산성을 더해주기도 하고 다른 기조제와 변조제를 조화롭게 하고 매끄럽게 라운딩을 해주는 조화제를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쳐야 향수 만들기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맞춤 향수 만들기의 마지막 관문은 향수에 라벨링을 해주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향이니 만큼 그에 걸맞는 이름을 짓는다는 건 지극히 어렵지요. 하지만 새로 탄생한 작품에 걸맞는 이름이 지어져야 맞춤향수의 묘미가 아닐까요? 태어난 생일, 혹은 가족의 이름이나 애칭, 특별한 추억의 지명 등 모든 아이디어를 동원해 만들어진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담아 오래 기억됩니다. 고객이 지은 향수의 이름은 투명라벨에 인쇄되어 향수 용기에 붙여집니다.  

Q 개인별 맞춤 향수 주문 시스템은 어떻게 되는가?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갈리마드 퍼퓸 코리아를 방문하고 상담한 후 샘플을 제작하고 1~3주간 샘플을 테스트 사용한 후, 마음에 드는 향기를 선택하여 맞춤향수를 만들어 갑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향수이기에 만들어간 향수에 대해 고객들의 애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답니다. 

Q 주 고객층은?
30~40대 여성이 가장 많지만 40~50대의 남성 고객들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맞춤향수를 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향기에 대한 애정은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는 법이죠. 특히 연인이나 가족, 특별한 지인을 위해 선물한다면 맞춤향수의 의미는 더욱 깊어지고 보람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죠. 

Q 향이 개인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플로럴 부케타입의 향수는 품위있고 우아한 분위기의 사람에게 어울리고, 시프레, 오리엔탈 향수는 깊이있고 차분한 분위기, 마음 씀씀이가 세심한 사람에게 적격이지요. 또 그린플로럴, 프루티플로럴 향수는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로 성격이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에게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린,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는 담백하고, 상쾌한 사람, 언제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판단하고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위트 플로럴 향수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사교적인 성격의 사람에게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천생배필입니다.  

Q 기업의 CEO들에게 어울릴 법한 향수는? 
남성들의 경우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의 향수를 추천합니다. Chypre 계열 또는 Fougere계열의 Aramis/Aramis,  Bulgari pour homme/Bulgari가 무난할 듯 하군요. 여성 CEO의 경우는 부드럽지만 카리스마 있는 향기로 각종 모임이나 비즈니스 미팅을 이끌어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Chypre계열 또는 Aldehyde 계열의 Knowing/E.Lauder,  Idylle/Guerlain 같은 제품을 추천하고 싶군요.  갈리마르 퍼퓸 아카데미의 안수진 실장은 “좋은 향수는 누구에게나 로망”이라며 “무작정 남이 사용하는 제품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라고 조언했다. 향기로 누군가를 유혹하는 시대다. 기업은 고객을, 제품은 소비자를, 리더는 팔로워를, 벗이 없는 사람은 가장 편안한 벗을 유혹하는 시절에,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을 물어본다면 향기의 의미와 이름을 넌지시 알려주는 ‘능력자’가 되어보자. 

글 이종진 기자

출처 http://www.ceopartners.co.kr/article/article_view.php?big=SPECIAL%20FOCUS&middle=SPECIAL%20FOCUS&news_num=7543

Posted by SEAN, :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Ⅱ)
[2007/02/05, 20:50:42] http://www.okmedia.or.kr/news.php?code=&mode=view&num=12982
"""내가 수면제를 먹고, 땅 속에 들어가 누우면 그 위에 흙을 덮어 주시겠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의 ‘체리 향기'(1997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는 죽고싶어 안달이 난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바디'는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제발 나의 주검 위에 흙을---, 돈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젓는다. 영화는 ‘바디'가 큰 눈을 희번득거리며 애걸하는 일로 일관한다. 얼마나 죽고 싶었으면. 그러나 죽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누구나 삶을 마감하고 싶을 때가 있으므로. 하지만 ‘바디'를 보는 동안 우리는 너무너무 살고 싶어진다. 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서둘러 자신의 건강을 챙기듯이, 혹은 나의 절박함을 영화 속 주인공이 모두 가져갔으므로.

다행히 한 노인이‘바디'의 부탁을 수락한다. ‘바디’는 죽음을 완성시킬 수 있게 되어 한시름 놓고(?) 노인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눈다. 노인도 젊은시절 체리 나무에 목을 매러 올라갔다. 그런데---아아, 달콤한 체리향기에 노인은 마음을 온통 빼앗겨 죽는 일을 까맣게 잊었다.노인은 체리를 한 움큼 따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밤이 되자 ‘바디'는 관처럼 파 놓은 흙 웅덩이에 누웠다. 그의 심정 만큼이나 황폐한 돌투성이 무덤 속에서 그는 큰 눈을 껌벅껌벅인다. 그는 세상의 향기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한 가지씩 떠오르는 향기, 향기들---.
아마 그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겐 이승이 아닌 저승의 향기도 있다.

후배가 죽었다. 꽃다운 나이 스무살 때. 화장터 주변은 누린내와 매캐한 향기로 가득했다. 허공에 누런 향기 입자들이 떠다녔다. 영혼에 색깔이 있다면 누런 색일 거라고 생각했다. 뼛가루도 누런 봉투에 담겨 나왔다. 그 봉투 안의 한 줌 가루가 그녀였다고? M.T.를 갔을 때 내가 그녀의 머리를 곱게 빗질해서 묶어 주었는데.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가 귀여웠던 그녀. 나는 한없이 당혹스러워 따끈한 그 봉투를 그저 가슴에 안고 있었다. 붕어빵 봉지처럼, 호떡 봉지처럼. 매캐한 향기가 후끈한 열기와 함께 내 코를 찔렀다. 영혼들이 내뿜는 향기는 맵다. 이승을 떠나기 싫어서, 너무너무 원통해서---.
‘꽃 향기 가득한 날 다시 와.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잘 가'하고 후배의 영혼을 흐트렸다.
내겐 ‘그런 향기'도 있었다. 사는 일 뿐 아니라 죽는 일도 생각하라는 향기.
사랑 또한 당신 코 끝에서 시작되었다. 짝을 찾아 헤매던 향기가 드디어 당신의 코 속으로 들어가 도파민, 옥시토신, 엔돌핀 등을 분비시키는 것이다. 뇌생화학자들의 주장이지만,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이도 살짝 풍겨오는 여인의 머리내음에 반해 결혼을 했다. 그리고 세상은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페로몬 향수 시장이 활황을 누리고 있다.

영양이 결핍되면 병들거나 죽게 된다. 삶의 향기가 고갈되면 따분하고 답답해진다. 심해지면 세상은 무채색으로 싸늘하게 식어 향기 결핍자는 미치거나 바보가 된다.
불교의 ‘유마경(維摩經) 향적불품(香積佛品)'에는 온통 향기로 가득 찬 향기나라이야기가 나온다. 그 나라의 이름은 중향성(衆香城), 그 곳 부처의 이름은 향적불(香積佛)이다. 중향성의 땅과 누각, 음식에는 향기가 강처럼 흐른다. 유마거사가 중향성의 보살들에게 물었다.

“향적여래는 어떻게 가르침을 설하십니까?”
“저희 나라 부처님은 문자로 설법하지 않고 오직 온갖 향기로서 많은 천인들과 인간들에게 계율을 지키도록 이끄십니다.”
보살들은 저마다 향기로운 나무 밑에 앉아 오묘한 향기를 맡으며 진리를 깨닫게 되고, 보살의 공덕을 갖추게 된다는 것.
향기 하나에 깨달음 하나--- 향기는, 인생은 그렇게 우리 곁을 지나갔다.
여름이 가기 전 간절한 소망--- 뜨락의 나무 아래 한가로이 앉아, 허공에 떠도는 나의 향기들을 불러 모으는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영나"

 

Posted by SEAN, :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Ⅰ)
[2007/01/15, 20:51:58]  http://www.okmedia.or.kr/news.php?code=&mode=view&num=12006
"향기는 언제나 내 주변에 가득하다. 바람 따라 허공의 이곳 저곳을 떠돌기도 하고 가라앉아 있기도 하다가 소용돌이 치다가 내 코 속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우연히,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리고 다시 빠져 나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그 향기들을 거의 모두 기억해낸다. 심지어 그리워하기까지 한다.

고양이에게 썩은 생선은 향기일까, 냄새일까?
향기와 냄새는 백지 한 장 차이로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넘나들면서 코 속을 들락달락거린다.
내 아기의 ‘응가'는 나에게는 향기였다. 아기가 다 컸다고 나를 소외시킬 때 건강하고 예쁜 ‘응가'에서 피어오르던 향기가 떠오른다. 젖 냄새를 풀풀 피우던 품 안에 자식이 그리울 때, 응가 향기는 ‘미련없이 떠나보내라,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할머니의 늙은 비늘 사이에서 나던 곰팡내---나에게 퍼주어도 퍼 주어도 남아 있는 애정의 찌꺼기다. 사람은 왜 누군가가 사랑을 퍼부으면 버거워서, 귀찮아서 건성건성 받는 것일까? 사랑이 떠나가고 애정결핍에 심신이 망가지고 나서야 옛사랑의 향기를 떠올린다. 사랑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받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곰팡내는 말한다.

게으름을 피우며 늦잠을 자다가 쌀이 익어가는 향기에 눈을 뜨던 아침날. 엄마가 밥솥을 확 열어 젖힐 때 한꺼번에 몰려나오던 푸근하고 순진한 향기들---. 세상 좀 아는 나이가 됐다고 교만한 마음이 싹틀 때, 칠순 중반이 넘은 엄마의 밥을 아직도 얻어먹고 싶은 철없는 딸에 불과하다고, 엄마의 밥 향기는 타이른다.

첫 사랑의 향기도 잊을 수 없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는 “내 인생을 지탱해 준 것은 여인의 향기”였다고 말한다. 그는 장님이 되어 자살 여행을 떠나서도 아름다운 여인과 ‘탱고’스텝을 멋드러지게 밟는다. 1993년 알파치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인의 향기를 만끽하는 ‘탱고 신'은 숨을 멈출 만큼 아름답고 또 절박하다. 떨떠름하고 수줍고, 답답하고 멍청했던 첫사랑은---, 그러나 세상과 나와 만나게 해준 눈물나도록 그리운 잠깐 스쳐 지나간 향기(scent)다.

시인 월트 휘트만은 ‘만물에는 향기가 없는 것이 없다’라고 읊조렸다. 사실 나는 입덧이 심해서 중환자처럼 누워서 사경을 헤맬 때 그 말이 가슴에 절절히 와 닿았다.
숟가락에서는 어찌 쇠 냄새가 역하게 나는지 밥술을 들 수 없었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비릿했다. 식구들이 뭐라고 입을 벌려 말하면 그 침 냄새 때문에 울컥 토악질을 하고 눈물을 흘렸었다.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 나는 냄새 그리고 김치 냄새도 견딜 수 없었다. 아마 아기를 낳아 키우려면 세상의 온갖 냄새도 견뎌내야 할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미리 시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 지독한 냄새들은 향기로 변해갔고 나는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운 향기에 취해산다.

이웃집 도로시 할머니가 나뭇잎을 태울 때, 구수하고 너그러운 향기가 우리 집으로 가득 넘어왔다. 낙엽은 어떻게 제 몸을 사르면서 더러운 냄새를 피우지 않을까, 감동스러우면서 달콤하게 한 잠 푹 자고 싶었다.

잔디를 막 깎고 났을 때 날풀 향기가 너무 좋아 이리저리 잔디밭을 거닌다. 사뭇 반항적일 수도 있는 푸릇한 향기는 늘어졌던 심신을 바짝 긴장시킨다. 몇 날 밤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는 풀먹인 이불 호청의 향기, 담백하고 바삭하게 구운 과자를 덮고 자는 듯 맛있는 잠을 자던 시간들---.

여름 밤, 할머니 다리를 베고 맷방석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고 있을 때, 옆에서 무연(無然)히 타고 있던 모깃불.

기차를 타고 낯선 항구 도시에 도착해서 역 앞 광장에 나섰을 때, 그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나를 잠깐 아찔하게 만들었다. 바닷가에서 먹던 향긋한 멍게, 쪽쪽 빨아먹던 게 찌개의 달큰한 추억, 고단한 산행 중에 몇 잎 떼어 씹었던 솔잎, 원초적 본능을 건드리는 비릿한 음모가 서려 있는 듯한 비 냄새, 강아지와 함께 뛰던 눈 오던 날의 향기---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그 복잡한 기억의 회로 속에서 끄집어내어지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 곳은 내가 태어난 나라보다 향기도 냄새도 덜하다. 그러나 향기의 존재는 곧 어떤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부지런히 향기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 정원의 라벤더나 로즈마리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히스테리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그마저 없다면 스스로 사랑의 페로몬이라도 만들어 사랑에 빠져 볼 일이다.


컬럼니스트 김영나"

 

Posted by SEAN, :

안녕하세요. 투모라이즈 블로그 독자여러분.

첫 번째 포스팅으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색직업가이드는 여러 직업중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고, 또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직업들을 소개해 드릴텐데요.

투모라이즈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새롭고 독특한 직업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색직업가이드! 지금 시작합니다.

이번 이색직업 가이드에서는 향기의 예술가라고 할 수 있는 직업인 '조향사' 에 대해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조향사가 되려면, 어떤 학과에 진학해야 하고 어떤 자격증을 취득해야 할까요? 

조향사가 하는 일과 전망이 궁금하신가요? 


이 모든 질문에 답은 아래에 있습니다. 차근차근 따라오세요~




" 걸작 회화가 단지 잘 조합된 물감은 아니잖습니까, 음식도 마찬가집니다. 레시피가 재료를 화학적으로 어떻게

섞는지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런의미에서 저는 향수 설계도를 포뮬라 보다는 레시피라고 부르고 싶네요."


                                                                                                         -티에리 바세 (Thierry Wasser)-


http://tomorize.blog.me/30133565158







 


                                   

<조향사 하는 일>




조향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요?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조향사는 여러가지 향의 원료들을 조합해 새로운 향이나 필요한 향을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조향사 하면 향수를 만드는 사람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사실 조향사는 만드는 향의 종류에 따라서 두 가지 이름으로 분리해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Flavorist

Flavorist들은 Flavor라고 하는 식품이나 상품의 향을 다룹니다. 식품도 다루기 때문에 입과 코를 모두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지요. 그리고 작업 대상이 대부분 식품이므로 모든 원료는 인체에 해가 되는 물질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겠지요, 따라서 향의 안정성을 체크하는 일도 합니다. 인간의 식생활은 지극히 보수 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존에 경험하지 않았던 향에 대해서는 선호도가 지극히 낮다고 합니다. 그래서 Flavorist들은 자연의 향을 모방하고 재현 하는 것이 주 업무 입니다.

 



                          


                                           <여성을 더 매력적이게 해주는 향수는 Perfumer 가 만들어 냅니다>




Perfumer

Perfumer는 입은 사용하지 않고 코만 사용하는 조향사 인데요. 이 분야는 천연에 존재 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조향하는데 크게 제약을 받지 않으며단지 인간의 후각을 자극하여기분 좋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향 (fragrance)만을 다루게 됩니다. 자연계에 없는 냄새라도 인간이 좋아하기만 하면 됨으로 매우 창의적인 작업들을 하게 되지요. 따라서 Perfumer에게는 상상력과 감수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Perfumer와 Flavorist 모두 고객으로 로부터 의뢰받은 연구와 독자적인 창의적 연구의 2종류의 업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무의 대부분은 물론 고객으로 부터 오는 의뢰라고 합니다. 이때 조향사는 고객(사용자, 기업)로부터 향의 용도, 향의 느낌, 향료가격, 연구기간등을 한정받아 거기에 맞는 향료를 만들게 되는데요, 통상적으로 향료는 다른 회사와 경쟁을 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와 고객 모두를 납득 시킬 만한 향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조향사는 향을 만드는 지식 뿐 아니라, 시장의 상황이나 향의 트랜드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조향사들은 아래의 순서대로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1) 시장 파악

2) 경쟁제품에 대한 정보 조사

3) 소비자의 기호 분석

4) 향의 설계

5) 햡의 조합

6) 향의 안정성 테스트






세계 3대 향료회사 IFF의 뉴욕본사(출처:wikipedia) 






                                                                               

<조향사 미래전망>





1) 산업전망


조향사의 미래전망은 매우 좋은 편 입니다. 최근 세계 추세를 보면 건강과 웰빙의 트랜드가 많이 확산 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건강식품이나 건강음료, 아로마 테라피, 화장품 등에서 요구되는 좋은 향과 맛을 위해 조향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동아시아의 경제적 발달로 향수와 같은 미용산업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죠.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조향과 관련된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조향사는 200명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미래에는 국내의 뛰어난 조향사들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을 것 입니다. 





                                


                                                                                                                                   <출처:  William Reed Business Media SAS>





2) 연봉수준


조향사의 연봉은 대기업에 입사할 경우 사무직과 비슷한 수준이며 프리랜서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조향사의 평균 연봉은 3,017만원 이라고 합니다.






                                                                             

<조향사 준비하기>





                             

                                                                                                                                  <출처: TOMORIZE>




신체능력, 기억력, 창의력

조향사에게는 여러가지 향을 식별할 수 있는 우수한 후각이 필요합니다. 조향사는 훈련에 따라서 일반인의 수십 배 까지 식별할 수 있지만

이는 재능 뿐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으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향사는 수천 종에 달하는 향료의 원료를 하나하나 매일 식별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향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수천종의 원료를 조합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조향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창의력입니다. 조향이란 새로운 향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향의 컨셉을 정하고 실제로 향을 구현하는데 감수성과 창의력은 필수 이기 때문입니다.



인내심, 꼼꼼함

수천가지 향을 일일이 기억하고, 배합하고, 다시 맡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전문 조향사가 되기 까지의  5~10년 동안의 훈련을 견디려면 인내심은 조향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세한 화학 구성물과 향을 구별하기 위해서 꼼꼼한 성격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학, 예술, 영어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향료천연향료를 분석하고 모방하며 훈련해야 하는데 이 때 화학적 지식은 필수 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조향학교에서는 높은 수준의 화학 지식과 화학 관련 학위를 요구하기도 하죠세상에 없던 새로운 향을 만드는 창조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예술 다방면의 지식을 섭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을 많이 접하면서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겠죠. 마지막으로 조향과 관련된 대부분의 전문서적이나 논문이 대부분 영어로 되어있고, 향료의 원료는 모두 수입되기 때문에 해외 출장이 잦은 편입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영어 지식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중, 고등학교 때 화학과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필수 입니다!





*조향사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직업로드맵)


 


 <출처: TOMORIZE>



조향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 경로가 있는데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전문학교 경로


전문학교 경로는 향료 교육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해서 향료에 대한 기초지식과 조향 기본 교육을 이수한 후에 전문 조향사가 되는 방법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학교는 없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교로는 프랑스의 ISIPCA,일본의 NIFFS 라는 학교가 있습니다이 학교들을 졸업한 학생들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학생들로 인정 받아, 향료회사에서 이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 학교 출신의 조향사들이 현재 많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 학비 ISIPCA : 10,500유로/년  niffs:  2,600,000엔/3년

 


2) 향료회사 경로


대학 졸업후 향료 회사에 입사해 그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조향 교육 및 연수를 받고 조향사가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입사전에 그 사람의 후각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선행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불화농, 서울향료, 키맥스향료, 보락향료 등이 대표적인 향료 회사이며, IFF, Givaudan, Quest, Takasago, H&R 등과 같은 유명한 외국계 향료 회사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교육 과정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3) 일반회사 경로


일반회사 경로는 화장품회사나 식품회사, 향수회사 등의 향료 관련 부서에 입사하여 조향 교육을 받은 후에 조향사가 되는 방법 입니다. 주로 향료회사에서 제공받은 여러가지 향들을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 평가하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향료회사의 조향사 처럼 전문적으로 조향은 하지 않지만 필요에 따라 제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조향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태평양, LG화학, 제일제당, 롯데제과 등이 향료 관련 부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련학과 자세히 보기!


화학과, 화학공학과, 식품공학과, 생명공학과

 

[학과 탐색 가이드2] 화학과(Department Of Chemistry) / 화학공학과(Chemical Engineering) 포스팅 바로가기



*관련학과 추천도서 보기!


전남대학교 학과별 추천도서 [자연·공학계열 편]






 

                                                                                           

<유용한 정보들>

 



*세계의 조향 전문 학교를 알아보자




                          

                                                                                                                                                                    (출처:ameller-dubois)



1) 프랑스 ISIPCA


1970년 장 폴 겔랑 (Jean-Jaques Guerlain)에 의해 설립된 ISIPCA 향수 학교는 1984년에 Institut Superieur International du Parfum 으로 바뀌었습니다. 베르사이유 대학과 연계하여 향수, 화장품, 식용향료 분야 관련 학위 준비 과정이 개설되어 있으며, 기술과 상업성을 갖춘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인 세계 최고의 조향 전문 학교 입니다. 향의 화학에 관한 이론과 실습교육을 병행하여 높은 수준의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교육기관으로서 특히 향수 분야에는 수 많은 실적을 남기고 있다고 합니다.



ISIPCA 한국 유학생 shallala님의 블로그 바로가기





                                                       (출처: http://www.niffs.com)



2) 일본 NIFFS


2001년 일본 동경에 개교된 일본 최고의 조향사 양성 교육기관 입니다. 비록 12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적인 조향 스쿨로 알려져 있는 만큼 전문적이고 특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NIFFS는 향료회사나 화장품회사 식품회사에 취업을 위하여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향료 교육을 시키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식품향료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Flavor와 향장향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Fragrance과로

세분화되어 운영하고 있으며, 입학 자격은 ISIPCA보다 간단해서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만족하면 된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의 조향사 누구일까?






1) 자크 폴주 (Jacques Polge)


1978년 부터 샤넬의 코 (the nose of Chanel)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샤넬의 향수를 총지휘해 온 쟈크 폴주! 

쟈크 폴주는 영문학과를 전공한 문학도 였지만, 향료 회사의 전문 교육 경로를 거쳐 조향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향수회사에서 인턴 경험이 계기가 되어 세계 최고의 향료기업인 지보당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요.

'미스터 노우즈' 장 카를 (Jean Carles) 에게 도제식 조향교육을 받고 세계적인 조향사가 될 수 있었죠

그의 표현에 의하면 꽃들은 '후각적인 시' 라고 하는데요, 그의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이 그를 최고의 조향사로 만들 지 않았나 합니다.

 







2) 티에리 바세 (Thierry Wasser)


181년 역사를 가진 세계최초의 향수회사 프랑스 겔랑(GUERLAIN)의  최고조향사인 티에리 바세 (Thierry Wasser)는 

겔랑 최초의 외부인 최고 조향사 인데요. 겔랑의 최고조향사는 1828년 부터 겔랑가문의 상속자가 맡아왔다고 합니다.

티에리 바세는 조향 전문학교 경로를 거쳐 조향사가 되었는데, 스위스의 지보당 스쿨 출신이라고 합니다.

2008년 티에리 바세가 겔랑의 최고 조향사가 되자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주요기업의 CEO와 맞먹는 수준으로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고 하니 정말 '조향사 중의 조향사'로 불리울만 합니다.





이것으로 이색직업가이드 첫 번째 포스팅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더 새로운 직업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SEAN, :

색과 향 [ 色과香 ]

2012. 10. 15. 00:05 from 컷터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70040&mobile&categoryId=1389

색과 향 [ 色과香 ] 

글자크기

장미, 라일락, 오렌지 등의 색채를 보면 그 향이 느껴지는 것으로 심리적 색채 경험에 의한 후각적 활동. 향을 맡게 되면 떠오르는 색채 이미지가 있으며 이는 일상 생활에서 보여지는 주변의 대상과 동일한 색채를 볼때 그 색채에 따른 향이 느껴지는 심리적 현상이다.

색채

장뇌향(camphor)

하양, 밝은 노랑

사향(musk)

갈색, 황금색

꽃향 (floral)

장미색

박하양 (mint)

초록색

에테르향 (ethereal)

하양, 밝은 파랑

참고
동의어 :색채 후각(色彩嗅覺 )
출처

색채용어사전, 박연선, 2007 

Posted by SEAN, :

타지마할의 사랑에 바치는 향, 샬리마

브랜드 시그너처 <9>GUERLAIN

홍주희 기자 , 사진 겔랑 제공 | 제256호 | 20120204 입력 
클레오파트라의 가장 큰 무기는 향기였다. 배의 돛에 장미향을 뿌려 멀리서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셰익스피어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 돛을 활짝 펼친 배에서 향이 날리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거룻배에서 / 보이지 않는 이상한 향기가 / 인근 부두의 감각을 건드렸다(From the barge/ A strange invisible perfume hits the sense/ Of the adjacent wharfs).” 

향기는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다. 하지만 향의 매력에는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된다. 숨을 쉬는 한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이 향이다.매년 200종이 넘는 향수가 쏟아진다. 브랜드·디자이너·스타가 이름을 걸고 향수를 만든다. 향기의 힘으로 국경·문화를 초월해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겔랑은 185년간 신비로운 향의 세계를 이끌어 온 브랜드다. 300개가 넘는 향수가 천부적 후각을 지닌 겔랑 가문의 코에서 탄생했다.

1828년 화학자였던 피에르 프랑수아 파스칼 겔랑은 파리에 향수 부티크를 열었다. 당시 향수는 식물의 향을 추출해 희석하는 수준이었다. 그는 천연 향을 변화시켜 분위기까지 표현하는 향수를 즉석에서 만들어 명성을 얻었다. 초창기 겔랑의 하이라이트는 1852년 나온 ‘오 데 코롱 임페리얼(Eue de Colon Imperiale)’이다.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인 유제니 황후를 위해 헌사품으로 만들었다. 오렌지 블로섬, 레몬, 라벤더, 로즈메리 등을 섞어 신선하고 상쾌한 향을 냈다. 황후는 편두통을 완화하는 데 향수를 썼고, 흡족해하면서 겔랑을 ‘황실 공식 업체’로 지정했다. 오노레 드 발자크도 겔랑 고객이었다. 그는 겔랑에게 자신만의 향수를 의뢰했고, 1837년 발표한『세자르 비로토』를 쓰는 내내 책상 위에 향수병을 뒀다. 겔랑의 향기 속에 향수 제조업자인 세자르 비로토의 흥망사를 다룬 소설이 탄생했다.

겔랑의 새 향수 이딜(Idylle).
아들인 가브리엘과 에메가 가업을 이었다. 조향을 맡은 에메는 현대 향수의 시작을 알렸다. 1889년 ‘지키(Jicky)’를 선보인 것이다. 바닐린·쿠말린 같은 합성 향료를 최초로 사용한 ‘지키’는 자연에 없는, 완전히 혁신적인 새로운 향이었다. 20세기 들어 가브리엘의 아들 자크 겔랑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디아길레프가 가장 좋아했다는 ‘미츠코(Mitsouko)’, 황제 샤자한과 황후 뭄 타지마할의 사랑에서 영감을 받은 ‘샬리마(Shalimar)’,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 발표된 이듬해 나온 ‘볼 드 뉘(Vol de Nuit)’ 등이 그의 코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달콤한 바닐라 향의 샬리마를 두고 샤넬 No.5를 만든 어니스트 보는 이런 찬사를 보냈다. “나라면 바닐라로 크렘 브륄레나 만들었을 텐데 자크 겔랑은 샬리마를 창조했다.”

1958년 장 폴 겔랑은 할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다. 지독한 사팔뜨기였던 장 폴 겔랑은 대신 후각에 축복을 받았다. 10대 시절 코냑 시음회에서 냄새만으로 최고의 코냑을 골라냈다. 향수 입문 당시 이미 3000가지 향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향수를 만들라”는 할아버지의 말대로 카트린 드뇌브를 위해 ‘나에마(Nahema)’를, 애인에게 구애하기 위해 ‘삼사라(Samsara)’를 만들었다. ‘삼사라’는 ‘샬리마’와 함께 각각 겔랑 향수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베스트셀러다.

90년대 들어 겔랑가(家)는 고민에 빠졌다. 명품 시장은 인수합병으로 거대화됐고 장 폴 겔랑을 이을 후계자도 마땅치 않았다. 1994년 겔랑은 LVMH에 편입됐다. 경영에서는 손을 뗐지만 장 폴 겔랑은 2002년 은퇴할 때까지 겔랑의 향을 책임졌다. 그가 지목한 티에리 바세가 현재까지 수석 조향사를 맡고 있다.
150년 넘게 기업을 경영한 겔랑 사람들은 CEO보다 조향사로 불리기를 원했다. 바람에 떠다니고 공기 속에 퍼져나가는 무한한 후각의 세계에서 향을 잡아내고 기억해 신비롭고 관능적인 향수로 빚는 것이 예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출처_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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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스친 자리, 살짝 이는 향기

[중앙일보] 입력 2011년 06월 29일

여름은 사계절 중 기온과 습도가 가장 높다. 한줌의 바람이 고마운 이때, 그 바람결에 좋은 향까지 전달되면 기분은 더욱 상쾌해진다. 하지만 최고급 향수의 향이라도 땀과 잘못 섞이면 순식간에 싸구려 방향제가 풍기는 ‘악취’가 된다. 여름 향수,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향수 전문가에게 나만의 향기를 고르는 법, 하루 종일 기분 좋은 향을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도움말=정미순(갈리마르 퍼퓸스쿨 원장), 박성희(향수 컨설턴트)





여름엔 과일과 꽃, 지중해의 향기가 좋아









1 ‘자르뎅 수르 트와(프랑스어로 옥상정원이라는 의미)’라는 이름답게 과일·꽃·야생풀의 향기가 싱그럽게 어우러졌다. 에르메스. 남녀공용. 2 파랑·노랑·빨강이 겹쳐 있는 병 디자인은 ‘해변에서의 댄스파티’를 표현한 것이다. 캘빈클라인. 남녀공용. 3 푸른 바다와 붉은 산호 가지가 만든 풍경이 물속에 잠긴 듯 시원한 이미지를 준다. 이세이 미야케. 남성용. 4 타투(문신) 무늬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몸으로 표현된 병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장폴 고티에. 여성용. 5 감귤나무 열매, 으깨진 나뭇잎, 이슬을 머금은 꽃잎 등 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상큼하고 편안한 향들만 모은 것이 특징이다. 겔랑. 여성용. 6 뜨거운 여름 오후에 풀과 꽃이 무성한 들판을 서성이던 기억을 향으로 표현한 제품이다. 캘빈클라인. 여성용. 7 꽁꽁 얼린 얼음처럼 불투명한 병과 양귀비꽃잎 그림으로 브랜드의 고유한 이미지와 신선한 향의 느낌을 표현했다. 겐조. 여성용.





프루티·플로랄·시트러스·그린·아쿠아…. 여름 향수를 고른다면 이들 향기를 가진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산들바람에 꽃무늬 치맛자락 흩날리는 모습처럼, 가볍고 상쾌한 향이 나는 것들이다.



특히 올해는 프루티 플로랄과 시프레·아쿠아·오셔닉 향이 대세다. 프루티와 플로랄 두 가지 향이 섞인 프루티 플로랄 계열의 향수는 달콤하면서도 화사한 게 특징이다. 아쿠아·오셔닉 계열의 향수는 시원하고 깔끔한 잔향이 있다. 올해는 ‘시프레’처럼 지중해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를 내놓은 브랜드가 많다. 지중해는 유럽에서도 고급 휴양지가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라 그 여유 있는 분위기를 향수에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싱그러운 자연과 정원을 표현한 그린 계열의 향도 여럿 보인다.



겐조 퍼퓸의 박현주 과장은 “향수 한 병에는 여러 종류의 향이 조금씩 섞여 있다”며 “브랜드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향과 느낌은 병 색깔과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콤하고 화사한 프루티와 플로랄 향은 핑크색, 지중해 바다에서 영감을 얻은 시프레·아쿠아 향은 파란색, 싱그러운 느낌의 그린과 시트러스는 녹색 병에 담는 식이다. 그는 “용기만 잘 관찰해도 원하는 향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농도 옅은 향수를 조금씩 자주 뿌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이 때문에 땀에 의해 향이 변하기 쉽다. 높은 온도와 습도로 향기도 빨리 많이 퍼진다. 다른 계절과 같은 양을 사용했다면 여름에는 그 향의 농도가 진하게 퍼져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갈리마르 퍼퓸스쿨의 정미순 원장은 “여름에는 농도가 옅은 것으로 조금씩 자주 뿌리는 게 좋다”며 “보통 때는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정도 뿌리는 게 적당하지만 여름 향수는 아침·점심·저녁 세 번으로 나눠 뿌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를 일상활동 시간이라고 가정하면 4시간에 한 번씩 뿌려주면 좋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 원장은 “여성이라면 피부에 직접 뿌리지 않는 것도 향기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얇은 거즈에 향수를 뿌린 후 그것을 브래지어 안에 넣어두는 것이다. 심장 가까이에 거즈가 놓여 있어 향 발산이 좋아진다. 또 피부에서 나는 땀은 브래지어가 흡수하기 때문에 향이 변질하지도 않는다. 코 바로 아래 가슴에서 향이 지속적으로 나기 때문에 내 기분도 좋아지고 마주한 상대에게도 향이 잘 전달될 수 있다.



두 개의 향수 섞어 ‘나만의 향기’ 만들자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다. 향기가 사람의 추억을 자극하는 좋은 매개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카피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향기로 기억되려면 ‘나만의 향’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향수는 초저녁에 구입하는 게 좋다. 인간의 후각은 초저녁 이후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향수를 뿌리지 않은 상태에서 초저녁에 매장에 나가 마음에 드는 향수를 반드시 피부에 뿌린 후 1시간 정도 후 자신의 체취와 어떻게 조화를 이뤘는지 판단하고 구입하는 게 좋다. 박성희 향수 컨설턴트는 “여성의 경우 배란기에 후각이 좀 더 예민해지므로 이때 향수를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 원장은 “두 개의 향수를 함께 뿌려 나만의 향을 갖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향수를 연달아 두 번 뿌리는 ‘향수 레이어링’이라는 방법이다. 단, 두 개의 향수를 선택할 때는 규칙이 있다. 향이 무겁고 진한 것들만 사용하면 향기 자체도 무거워져 머리가 아프기 십상이다. 가장 좋은 레이어링 방법은 ‘가벼운 것+가벼운 것’ 또는 ‘가벼운 것+무거운 것’의 조합이다.
향기를 표현하는 단어 



향수 업계에서 향기를 표현하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다. 첫째는 주로 사용된 원료를 알려준다. 둘째는 그 향기가 가진 느낌이 무엇과 닮았는지 이미지를 표현한다. 다음은 여름 향수에서 주로 사용되는 향기를 표현하는 단어.



프루티(fruity) 사과·복숭아·딸기·포도 같은 달콤한 과일 향.

플로랄(floral) 장미·백합·라일락 등의 꽃향기.

시트러스(citrus) 오렌지·레몬 등 상큼한 감귤류의 향.

그린(green) 허브라고 불리는 녹색 풀이나 잎의 싱그러운 향.

시프레(chypre) 그린 계열의 향으로 특히 지중해 키프로스 섬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향.

아쿠아(aqua)·오셔닉(oceanic) 푸른 바다 빛의 향조와 순수하고 맑은 물의 느낌을 표현한 향.



가벼운 향수란 



향수는 농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여름에 뿌리기 좋은 옅은 농도의 것은 오 드 투왈렛(Eau de Toilette), 오 드 코롱(Eau de cologne)이다. 향수 원액을 물과 희석시켜 농도를 묽게 만든 것이다. 몸과 머리카락에 바르고 뿌리는 ‘퍼퓸 보디 파우더’ ‘보디 미스트’(스프레이 타입의 화장수), ‘헤어 미스트’도 농도가 옅은 향수다.



향의 종류 중에서도 진하고 잔향이 오래 남아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들이 있다. 수목이 우거진 깊은 숲 속에서 나는 ‘우디’, 따스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오리엔탈’, 자극적인 느낌이 나는 ‘스파이시’, 바닐라나 과자 향처럼 먹음직스러운 디저트 향이 나는 ‘구르망’, 가죽 냄새가 나는 ‘레더리’ 등이다. 이들 향은 여름에는 너무 과한 느낌이 나는 향기로 피하는 게 좋다.
“향수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내가 즐거워지죠”



‘겔랑’ 5대 조향사 티에리 바세 






















꽃다발을 들고 행복해 하는 여성을 상상하며 만들었다는 향수 ‘이딜’.




티에리 바세(51·사진)는 183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프랑스 브랜드 겔랑이 가문의 후손이 아님에도 5대 조향사로 지목한 인물이다. 겔랑은 초대부터 4대까지 모두 가문의 후손이 조향사가 됐다. 겔랑 가문의 후손들이 조향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이유지만 4대 조향사인 장 폴 겔랑이 전 세계에서 선별한 젊은 조향사를 대상으로 본인들도 모르게 치르게 한 시험을 통과한 것이 진짜 이유다. 그는 크리스찬 디올이 자랑하는 향수 ‘디올 어딕트’를 만든 인물이다. 겔랑에 합류한 2006년부터는 겔랑 옴므, 이딜 등의 향수를 만들었다. 향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그에게 향수 이야기를 들었다.



-예민한 후각을 가지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한가.



“호기심을 많이 갖고 여러 가지 향을 직접 맡아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향을 표현하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표현법이 있어야 기억하기도 쉽다. 향을 만드는 일은 과학이지만 동시에 세상에 없는 향을 끊임없는 상상해야 하는 작업이다.”



-내게 어울리는 향을 찾으려면.



“나만의 고유한 향도 필요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향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 사실 가장 좋은 향은 지금 누군가로부터 ‘당신에게서 참 좋은 향이 나는군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의 향기다. 향수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자신이 즐거워지는 수단이기도 하다. 여름향수라고 해서 한 가지만 쓸 이유가 뭐가 있나. 태양이 쨍쨍한 날도 있고 비가 하루 종일 오는 날도 있다. 가족을 만날 때도 있고 연인을 만날 때도 있다. 여행을 떠났다면 방문한 나라마다 어울리는 향이 따로 있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향을 여러 개 두고 그때그때 여러 가지 향을 자유롭게 즐겨라.”



-아침에 뿌린 향을 오래 간직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향수와 향이 같거나 잘 어울리는 보디 젤과 로션을 이용해 샤워를 한 후 향수를 뿌리면 좀 더 오랫동안 기분 좋은 향을 유지할 수 있다.”



-좋은 향수란.



“좋은 향수는 좋은 향기와 매력적인 디자인의 케이스를 갖고 있다. 겔랑은 프랑스 왕실의 상징인 벌 문양을 케이스에 쓸 수 있도록 인정받은 브랜드다. 그 정신은 현재까지도 혁신적인 디자인 창조로 이어지고 있다. 좋은 향은 좋은 원료에서 시작된다. 겔랑은 ‘겔리나드’라고 하는 6가지 핵심 천연 원료를 전 세계 원산지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다. 내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이들 나라를 여행하며 품질을 관리하는 일이다.”기고자 : 서정민.권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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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향수 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2010년 06월 16일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향기는 살아 숨쉬는 한 피할 길이 없다. 해서 쥐스킨트는 “냄새를 지배하는 자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고 썼다. 사람들이 향수를 쓰는 건 누군가를 유혹하거나 지배하기 위해서다. 클레오파트라부터 나폴레옹까지 예외는 없었다.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일은 이런 유혹과 지배의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런데 요즘엔 자기 만족과 위안이라는 요소가 덧붙여졌다.



대중을 위한 맞춤 향수를 처음 만든 건 그라스의 260년 된 퍼퓨머리 ‘갈리마르’다. 1747년 문을 연 창업주 장 드 갈리마르는 루이 15세의 궁정에 향수를 공급했던 인물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부티크에서 개인을 위한 맞춤 향수를 만들어준다. 그라스에 간 김에 갈리마르 스튜디오의 향수 만들기 워크숍을 체험해봤다. 커다란 방에는 34개의 ‘오르간(오르간 건반처럼 생긴 향수 제조대)’이 설치돼 있었다. 테이블에 놓인 127개의 향수 에센스 중에서 20~30여 개를 골라 오데퍼퓸(향료 농도 10~15%인 진한 향수)을 만드는데, 조향사가 2시간 동안 일대일로 조언해준다. 



자신에게 어울리거나 필요한 향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외향적·감정적인 이들은 꽃이나 나무 등 식물성 향기가 좋다. 머리를 많이 쓰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은 알데히드나 머스크향이 도움이 된다. 



이날 만든 향수에는 ‘앙플레뷔’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랑스어로 ‘의도하지 않은’이란 뜻이다. 여성스러운 향으로 시작했는데 자몽향을 넣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발랄한 향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뮬러는 영구 보존된다. 홈페이지(www.galimard.com)에서 약속을 잡고 가면 편리하다. 45유로. 



갈리마르의 한국식 발음을 딴 ‘갈리마드 코리아(www.galimard.co.kr)’에서도 만들 수 있다. ‘월드스타’ 비와 SES의 유진도 다녀간 곳이다. 워크숍은 3만원, 정미순 원장이 직접 만들어주는 건 100mL에 15만원이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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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시, 소리 없이 많은 것 보여주죠”

[중앙일보] 입력 2010년 06월 16일

자크 폴주는 작금의 향수업계에서 최고의 기념비적 인물로 통한다. 샤넬하우스의 역대 세 번째 조향사이며, 가장 여성적인 브랜드 샤넬에서 남성 향수로 이름을 알린 점 등은 그를 더욱 유명하게 했다. 세계 향수의 수도로 불리는 프랑스 그라스의 장미꽃 농장에서 폴주를 만났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장미를 코끝에 대고 향기를 맡았다. 



조향사는 코로 수천 수만 가지의 향을 구분한다. 그래서 ‘코’라고 불린다. 우리가 만난 ‘샤넬의 코’는 1981년 남성용 향수 ‘안테우스’를 만든 이후 ‘코코’(1984), ‘에고이스트’(1990), ‘알뤼르’(1996), ‘코코 마드모아젤’(2001), ‘샹스’(2003) 등을 창조했다. 





-그라스를 ‘향수의 성지’라고 하던데요.




샤넬의 고전 향수 ‘No.5’와 꽃에서 추출한 원료 농축액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한 자크 폴주.


“그라스엔 만·쇼베·로베르테 등 거대 향료회사와 몰리나르·프라고나르·인터내셔널 드 라 파퓌므리 등 유서 깊은 향수업체들이 수백 년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원재료 생산부터 관리, 각종 추출법까지 모든 노하우가 이곳에 있죠. 때문에 조향사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그라스에서 일하기를 꿈꿉니다. 또 불가리아산 장미나 인도산 재스민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지만, 저뿐 아니라 ‘겔랑’의 장 폴 겔랑, ‘장 파투’의 장 케를레오 등 럭셔리 퍼퓨머리 조향사들은 그라스산 장미와 재스민을 최고로 칩니다. 몇 배 비싸지만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죠.”



-샤넬 No.5가 ‘향수의 고전’인 것과 비슷하군요.



“그렇죠. No.5 역시 비싸지만 소장할 가치가 있는 향수입니다. 생전의 샤넬 여사는 “인간이 창조한 ‘인공적인 향’을 여성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1921년 러시아 황제의 조향사 손을 빌려 세상에 없던 향기를 만들어냈죠. 그라스가 향기의 비밀을 안고 있듯 No.5를 만드는 전 과정도 암호화돼 있습니다.”



-1921년에 만들어진 향수인데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요?



“또 샤넬 여사의 말을 빌리자면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비결은 덜어내고 단순화해 정수만 남기는 것’입니다. No.5에는 여성성과 현대성이란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또 그동안 대중이 원하는 만큼 변해왔습니다. 오리지널 포뮬러를 보호하되 오데토일렛, 오데퍼퓸 등 여러 버전으로 끊임없이 변신했습니다. 완벽한 만큼 더 대담하게 바꿔야죠. 그런 활력이 없으면 시간을 초월할 수 없습니다.”



-샤넬은 에르네스트 보(No.5)와 앙리 로베르(No.19) 같은 전설적인 조향사를 배출했죠. 선배들에 대한 압박감은 없습니까?



“창조적인 영감을 얻으려면 그런 압박에서 자유로워져야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샤넬에서 일하는 건 행운입니다. 다른 조향사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포뮬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전통에 첨단기술과 모더니즘을 더해 새로운 향을 만듭니다.”




프랑스 그라스의 꽃밭을 찾은 조향사 자크 폴주가 25년 된 나무에서 자란 장미 향을 맡아보고 있다. 그는 코로 수만 가지의 향을 구분하는 ‘샤넬의 코’다.

-어떤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습니까? 또 어떤 여성들을 위해 만듭니까?



“특정한 여성을 떠올리는 건 아닙니다. 여성의 이미지가 아니라 향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합니다. 저는 대중을 위한 향수를 만듭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제 향수를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향기란 개개인의 체취와 만나 변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힌트를 원한다면, 광고 모델인 케이트 모스, 바네사 파라디, 키이라 나이틀리를 떠올려 보세요. 또 브랜드에도 성이 있다면, 샤넬은 명백히 여성입니다. 그런 곳에서 남성을 위한 향기를 만들었다는 건 제 자부심 중 하나입니다.”



-어떤 훈련 과정을 거쳐 조향사가 되나요.



“저는 보클뤼즈 지역 출신입니다. 그라스 인근이에요. 엑상프로방스에서 문학과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특히 시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죠. 그러다 그라스의 한 회사가 뉴욕지사에서 일할 조향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모험심이 생겼습니다. 미국에서 2년을 보낸 뒤 파리로 돌아와 루르-베르트랑-듀폰 밑에서 일했죠. 그리고 샤넬의 일원이 됐습니다. 벌써 33년 전 일이네요”



-시와 향수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향기란 시의 한 형태입니다. 소리 내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보여주죠. 시의 공감각적인 훈련이 향수 이미지를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작품들 중 가장 자랑스런 향수는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향수입니다. 제 상상의 세계 속에서는 더 좋은 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펼쳐지니까요. 지금까지 만들었던 작품 중에서 꼽자면 ‘코코 마드모아젤’과 ‘에고이스트 푸르 옴므’입니다. 코코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반대로 에고이스트는 그만한 반향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네요.”



-경쟁 회사의 제품도 참고합니까?



“그럼요. 당연히 맡아봅니다. 시야를 가리고 앞으로만 달려나가는 경주마가 돼선 곤란하니까요. 전후·좌우를 두루 살펴야 합니다. 겔랑이나 장 파투처럼 제대로 된 원료와 조향법을 가진 향수들은 모두 시향합니다. 특히 지금은 나오지 않는 고전 향수들을 좋아합니다. 사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향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공항 면세점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니퍼 로페즈 같은 스타들의 상업적인 향수도 맡아볼 정도니까요. (-어떻던가요?) 글쎄요. 그게… 허허허.”



글=이진주 기자 사진=프레데릭 아틀랑(프리랜서)







‘세계 향수의 수도’ 그라스 

가죽 악취 없애는 기술 개발하며 ‘가죽의 도시’서 ‘향기의 도시’로





남부 지중해의 쪽빛 해안 코트다쥐르. 프랑스의 칸과 니스,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 이르는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유명한 이곳에 ‘세계 향수의 수도’라는 그라스가 있다. 가죽 제품을 생산하던 프랑스의 소도시 그라스는, 18세기 무렵 가죽의 악취를 제거하는 향료 제조법을 개발하면서 ‘향기의 고향’이 됐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온난한 기후 때문에 방향성 식물이 자라는 최적지다. 독일의 은둔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도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1985년 발표)’를 쓰기 전 취재여행을 왔다. 천재적인 후각을 가진 주인공 그르누이가 ‘고체 지방을 이용해 (여인의) 향기를 붙잡아두는 법’을 배우는 곳이 바로 여기다.



초여름 그라스의 들판은 ‘로자 상티폴리아’ 품종의 분홍색 장미가 뒤덮고 있었다. ‘5월의 장미’는 이름 그대로 5월 한 달 동안만 핀다. 이 한 달간의 수확이 1년의 향수 생산량을 좌우한다. 가장 품질 좋은 장미는 ‘무슈 뮬’의 농장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 농장의 장미는 샤넬사가 독점하고 있다.




‘캥거루 주머니’를 찬 슬라브계 소녀들이 손으로 일일이 장미를 딴다(사진 위). 5월의 장미 ‘로자 상티폴리아’는 최고의 향수 원료다.

뮬씨의 농장을 찾은 지난달 18일, 아침 일찍부터 장미를 수확하느라 분주했다. 한낮의 뙤약볕에 꽃이 까부라지지 않도록 서두르는 것이다. 꽃은 일일이 사람이 손으로 딴다. ‘캥거루 주머니’라고 불리는 앞치마를 두른 여인네 수십 명이 밭을 가득 채웠다. 슬라브계 소녀들의 오똣한 콧날을 타고 땀방울이 미끄러져 내렸다.



이 농장엔 7헥타르(7만㎡, 2만1175평)의 ‘장미’ 밭과 5헥타르(5만㎡, 1만5125평)의 ‘재스민’ 밭이 있다. 밭 한쪽에선 25년 된 장미나무도 자란다. 일반 장미의 수명은 5~6년 정도다. 성인 남성만큼 키가 자란 굵직한 나무엔 탐스러운 장미가 피었다. 이런 장미는 접붙여서 건강한 후손들을 계속 생산해낸다. 말로 치면 ‘종마’인 셈이다. 다른 땅에는 장미와 재스민 외에도 아이리스 같은 꽃을 섞어 심어 지력을 살린다. 흙 성분을 분석해 부족한 유기 비료를 주는 등 과학적으로 관리한다. 그 때문인지 꽃 향기가 흙 내음을 가릴 정도로 강했다. 



품질 관리도 엄격하다. 뮬씨는 “꽃망울이 맺히기 전부터 몇 달 동안 살충제를 치지 않는다”고 했다. 30도에서 향수 원료를 저온 추출한 뒤 알코올 용제(헥산)로 3번 씻어낸다.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농약 성분도 이 과정에서 다 걸러진다”는 설명이다. 장미꽃이 내주는 향기는 생각보다 인색하다. 장미 400㎏을 거대한 찜통에 넣고 찌면 왁스 형태의 향수 원료가 1㎏ 나온다. 이를 다시 정제하면 농축액 600g이 나온다고 했다. 꽃을 따고, 찌고, 에센스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이 농장 안에서 이뤄졌다.기고자 : 이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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