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는 첫 향기에 반했대요

  • 페이스북
  • 트위터
  • 미투데이
  • 싸이로그
  • 기사내보내기
  • 인터넷뉴스팀기자
  • 2014-09-22 07:55:53
  •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오늘은 첫 만남인 만큼 제가 연구하는 향기와 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만 냄새를 맡지 못하여 병원을 찾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후각기관을 통해 향기를 느끼는 것은 향기 속의 화학물질을 콧속의 상피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가 알아보기 때문입니다. 후각수용체를 최초로 발견한 콜럼비아대학의 리처드 엑셀 교수와 프레드허치킨스연구소의 린다 벅 교수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후각기능은 과학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삶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많은 문학이야기 속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뇌의 후각신경과 연결된 
편도체의 작용으로 
향기는 기억에도 관여… 

나의 고유한 체취는 
다른 사람의 코를 
즐겁게 하는 향기일까? 

여러분은 식당이나 찻집 혹은 상점에서 문득 설명할 수 없는 행복한 감정에휩싸여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특정 향기에 의한 후각적 자극을 통해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프루스트 현상’ 혹은‘프루스트 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유명한 소설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먹다가 그 향에 이끌려 어릴 적에 살았던 마을을 회상합니다. 이처럼 오래전 뇌에 입력되어 있던 향기와 연계된 기억이 다른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가 그때의 향을 다시 맡게되면 뇌가 그 향기와 연계되었던 다른 기억을 모두 꺼내놓아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온전히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제 뇌의 후각신경과 연결된 편도체의 작용으로 향기는 파페즈 회로를 돌면서 기억에도 관여합니다. 시각과 연계된 기억과 달리 후각에 연계된 기억이 감정의 기억을 동반하는 것도 바로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연계된 후각신경계의 특징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마다 고유의 체취가 있습니다. 실제 일란성 쌍둥이(유전자가 같은 쌍둥이)의 경우, 운동을 하고 난 셔츠를 벗어놓으면 개들이 두 사람의 셔츠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고유한 체취가 유전적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겨울연가’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지키고자 시력을 포기하고 시각장애자가 되어 섬에서 그리운 자신의 첫사랑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섬을 찾은 연인의 체취로 첫사랑을 알아봅니다. 

유전자에 각인된 연인의 고유한 체취를 기억했기 때문에 시력을 잃은 후에도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함께있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의 체취에 내가 취해있기 때문이겠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에 보이는 외모는 조금씩 아름다움을 잃어갑니다. 그러나 잘 숙성된 차가 그 향이 더 깊고 좋은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고유한 체취를 잘 숙성시켜, 다른 이의 눈이 아니라 코를 즐겁게 하는 멋진 노인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출처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40922.010160752010001


Posted by SEAN, :